확장된 사유의 지평시간의 붓질에 녹인 존재의 근원
홍경한(미술평론가)
관조와 사유작가 김광미의 근작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순수한 조형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음에도 깊이가 남다르다.
색이 선과 부딪히고 여백이 감정과 충돌한다. 배경은 작자와 타자사이에 걸친 균형의 미를 유지하는 장치다.
부딪힘과 충돌은 이 배경에 의해 조정되고 조율된다. 그럼에도 충돌에 의한 파장은 보는 이들에게 서서히, 나지막이 옮겨진다.
관람자가 느끼는 건 바로 그 파장에 의한 여울이다.
2018년 당시 기술했던 것처럼 근작들 역시 일종의 내재율(內在律)에 귀속된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현재의 작업들은 무념무상의 무규칙적이라 여겨지다가도 흡사 선(禪)이 도(圖)의 개념으로 전환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사유의 진폭이 크다.
이는 비워져 있으나 채워짐의 여운에 의한다. 이른바 충만함으로서의 공(空)이다.
선광미술관 개인전 출품작이 과거의 작업과 다른 점은 한층 더 강해진 비작위성에 있다. 그의 작품은 ‘삶-풍경…愛’에서 ‘불:다’시리즈로 변화하면서 굳이 무언가에 맞추려하질 않고, 불규칙적 계획성과 즉흥적 행위가 결합된 표현의 자유로움이 훨씬 커졌다. 역설적이게도 마음에 부족함 없는 감정인 충연유득(充然有得)은 그곳에서 비롯된다.
(2023 평론 발췌)
2023 mixed media on canvas, 90.9x65.1㎝
2023 mixed media on canvas, 85.0x85.0㎝
2023 mixed media on canvas, 112.1x162.2㎝
2023 mixed media on canvas, 116.8x80.3㎝